작년 폭설 여행 추억담
핸드폰 앨범을 정리하다가 작년 속초여행 간 사진을 찾았다.
1년 전이라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해서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추위를 엄청 타는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와 눈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와 눈이 주는 감정은 남다르다.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면 추운 창밖에서 따뜻한 가정의 저녁 파티를 보는 것과 같은 마음이 든다.
저녁 뉴스에 기상캐스터가 "내일은 속초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듣고
신랑이랑 '그래~그럼 속초로 눈 구경을 가야겠네'라는 역발상 생각을 하였다.
요즘 속초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부담이 없다. 내가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2시간 정도면 동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속초 해수욕장까지 도착할 수 있다. 버스표를 예매하고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서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강원도를 넘어가자 점점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버스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발들을 하염없이 멍 때리고 바라보면 온갖 잡념들이 사라진다.
속초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동명항 근처에 해물 전복 뚝배기를 잘하는 곳이 있어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영랑호에 있는 드립 커피집으로 갔다.
속초에 정말 많은 카페가 있지만 드립 커피를 하는 곳이 없어 아쉽다. 영랑호에는 조용하고 따뜻한 드립 커피를 하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영랑호 주변으로 가니 여긴 눈의 세상이었다.
서울에서 자란 나는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있나 싶다. 정말 오늘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이 너무 내려서 자동차가 초밥처럼 되었다. 신기한 눈구경은 재미있지만 차주는 답답한 마음이 들 것 같다.
동명항 상인들도 눈을 치우려고 바빴고 길이 미끄러워서 걷는데 혼났다. 여기서 해물뚝배기를 먹었다.
신랑은 드립커피, 난 까페라떼를 시켰다. 여행에서 커피가 빠지면 안 된다.
추운 날씨에 귀와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파도가 치는 모습이 눈과 구분이 안 되는 장관을 봤다. 아무리 인간이 멋진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자연의 조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올해도 속초 대설주의보가 내리겠지. 그러면 또 고속버스를 예약해서 하루 여행을 가려고 한다. 눈이 부신 세상,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행복하고 따뜻한 경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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