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친하고 엄마와 서먹한 아이
맞벌이 부부가 증가면서 조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할머니가 키워주다가 저녁에서 잠깐 엄마 얼굴을 보거나 아예 주중에는 아이를 조부모 댁에서 지내게 하고 주말에만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할머니와 더 애착이 생긴 아이를 보면 엄마 마음은 서운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지만 세 돌이 넘어서까지도 계속 이어진다면 엄마와 아이와의 애착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1. 원인
1) 허용하는 할머니와 금지하는 엄마
할머니는 손자, 손녀들에게 허용적입니다. 뭐든지 오냐오냐하며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반면에 엄마는 아이가 버릇없이 클까 봐 걱정되어 간섭하고 금지하게 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원하면 할아버지는 즉시 들어주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한 없이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엄마는 아이가 욕구를 참을 줄 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조건을 걸고 사주려고 합니다. 허락하는 할아버지와 금지하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때를 쓰고 결국 얻어내게 됩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는 무조건 반대하고 금지하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인식이 됩니다.
2) 육아를 힘들어하는 엄마
아이를 낳은 부모도 부모 역할이 처음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안는 순간 기쁘기도 하지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젓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서로 간에 애착이 생기고 부모의 역할을 잘 완수하게 됩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엄마의 사회적인 역할도 커져갑니다. 조부모가 전적으로 아이의 양육을 맡다 보면 부모도 육아가 낯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힘들어합니다. 엄마 보통 이런 생활 패턴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몇 년을 지속합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가끔 보는 엄마를 멀리하게 됩니다. 엄마입장에서도 든든한 조부모가 계시니 당장에 회사에서 처리할 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아이와 더 시간을 보내야지.' '이번 승진시험만 끝나면..'이렇게 급하게 처리해야 할 들이 계속 생기고 아이 양육까지 해야 하니 벅찬 느낌이 듭니다. 엄마는 더더욱 육아를 힘들어하고 그 사이 아이는 할머니와 애착이 더욱 공고해집니다.
3) 세 돌이 넘어서도 엄마를 멀리하면 애착 장애
아이들은 두 돌 전까지는 주 양육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갑니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지 않고 할머니가 키우는 경우,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 양육자 할머니 한 분이 아이와 신뢰감을 형성하며 애착을 갖는 것이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두 돌 반만 지나도 아이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분명히 인식합니다. 이때는 엄마가 늦게 회사에서 돌아오더라도 반가워하고 따르게 됩니다. 오히려 할머니에게 엄마 언제 와?라고 하루 종일 묻곤 합니다. 그런데 세 돌이 넘도록 엄마를 멀리한다면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2. 해결책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단 하나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할머니보다 더 큰 사랑을 주지 않으면 엄마로부터 떠나간 아이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 자란 사람이 커서도 부모와의 관계가 낯설고 어색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인생에 있어서 부모가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시기가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더 많은 시간 아이와 놀아주고 눈을 맞춰주고 요구가 무엇인지 예민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조금 버릇없게 굴더라도 봐줘야 합니다. 오히려 아이 편에서는 엄마와 친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 아이에게 원칙과 도덕을 강조하면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올바른 훈육은 서로 애착이 공고해졌을 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애착이 잘 형성되면 부모의 우려와는 달리 세상을 굳건하게 믿고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맞벌이 때문에 할머니에게 양육을 맡겼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데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를 데려와서 주양육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감도 크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어렸을 때 돌보지 않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겨 중, 고등학교 시절에 양육을 하려고 하면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는 오히려 더 거부감을 갖고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부모 자식 간에 정도 혼나고 갈등을 겪고 용서하는 과정에서 쌓이게 됩니다. 엄마에게서 멀어진 아이가 엄마보다 더 간절하게 서로 친해지길 바라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이는 그 방법을 모를 뿐입니다. 엄마가 적극적으로 아이와의 애착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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